"인문학자들이 남에게 빌려온 글을 높이 받들면서, 우리말을 하찮게 여기는 것은 매우 오래된 고약한 버릇이다. 이들은 이렇게 하는 것은 밖에서 빌려온 낮선 낱말, 문장, 지식 등을 써서 말을 권력의 도구로 삼으려는 까닭이다. 이들은 입으로 소통을 말하면서도, 알아듣기 어려운 말을 써서, 사람들을 무식한 상태로 몰고 가서 누르고 부리려 한다. 사람들이 이런 식의 인문학을 외면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인문학이 널리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학자들이 남의 말을 빌려와서 누르고 부리는 도구로 삼는 버릇부터 고쳐야 한다."(최봉영)
나는 물론 모든 글과 말이 다 쉬울 거라 기대하는 사람이 아니다. 게다가 글의 경제성이라는 것도 있어서, 굳이 길게 풀어 쓰지 않더라도 전달 가능한 경우 짧게 쓰는 것을 선호하며 당연시한다. 또한 개념과 일상어의 간극에 대해서도 그 어쩔 수 없음을 심각하게 고려한다.
문제는 이런 기본적인 조건들과는 무관하게 어려워지는 언어활동이요, 이는 본인이 잘 알지 못하면서 말하는 경우이거나 아니면 현학 취향에서 비롯된 것이라 본다. 이태수 선생님은 '쉬운 말'을 늘 강조하셨는데, 이는 그 분의 지력(知力)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넘쳐나기에 가능한 태도였다. 두 부류의 사람이 있는데, 쉬운 말을 두고 어렵게 쓰는 사람과 어려운 것을 쉽게 말하는 사람이 이들이다.
삶과 세상의 깊이는 어려운 말로만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삶의 터전에 뿌리를 둔 언어에서 시작할 때 인문학은 넓어질 수 있으리라. '외계어'라는 것이 뭐 별거겠는가. 쉬우면서도 깊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인문학자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바이다.